클래식 (2003)
2024. 01.19

240114 시청 완료

 

 

★★☆

 

영화 가챠 모임의 1월 관람작

 

한줄평 : INFP 헌정 영화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담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배우 손예진, 조승우의 우수한 연기력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시절에 휩쓸린 소박한 사랑에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었다. 비록 공감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실 온전히 공감이 가능한 사랑보다는 머리로 이해하려면 할 수 있는 사랑이 더 많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감상인 듯 싶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서로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들뜸을 표현한 방식이 내 기준에서는 해당 감정에 너무 취했다고 느껴져서 나와는 결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제목이 클래식인 거겠지... 싶어서 위와 같은 한줄평이 나왔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좀 저렴하게 표현하면 부모님의 취향을 물려받은 두 자녀의 사랑과 부모가 겪었던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부모인 주희와 준하의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태수의 자살 시도를 기점으로 그 앞부분에서는 엄청 웃기만 했다. 쇠똥구리 얘기하면서 소똥 뒤진 손을 냅다 가까이 들이밀지를 않나, 굳이 남자 배우들의 엉덩이를 무료 공개 해주질 않나, 대변 검사 때 아무개의 똥으로 사기를 친 탓에 수많은 약을 씹어먹는 장면이 나오질 않나... 솔직히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영화가 로맨스로 유명하다는 사실이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어두운 요소들이 때때로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위에 언급한 사건을 기점으로 주희와 준하의 사랑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하는 등 무게감의 변화가 있어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듯 했다. 특히, 태수의 경우에는 그런 선택을 할 줄은 정말 예상을 못해서...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크게 충격을 받았다. 영화를 시청한 지 며칠이 지난 뒤인 지금도 그 장면이 기억에 박혀있다. 유언장에 칼집을 내어서 자신의 목단추에 끼워둔 것도 두고두고 생각날 듯 싶다. 이쯤되면 나는 주인공들의 사랑보다 태수에게 더 집중한 듯. 

 

  주희와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준하가 만나는 장면은 사실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마음임에도 주희를 집요하리만치 밀어내는 준하의 모습이 작위적이라는 건 물론 알아차렸다. 그게 자신의 사랑 때문에 힘들어질 상대를 걱정해서인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희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놀라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준하의 눈앞에서 흔드는 장면에서는 나를 포함한 영화팟 멤버들이 머리 위에 물음표만 띄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준하가 전쟁으로 인한 부상으로 시력을 잃어버렸고, 그 사실을 감추면서 주희를 밀어낸 것이었다는 걸 눈치챘다. 준하의 연기에 나까지 속았던 거라는 사실도 꽤 오래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다. 아니, 조승우 씨 연기를 왜 이리 잘하시는 거냐고요... 손예진 씨도 말이죠... 그렇게 처연하게 우시면 내 마음도 아프다고요... 물론 마음만 아프고 울진 않았지만. 감상글을 위해 포스터 찾는다고 검색했다가 이 부분이 명장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견없이 바로 납득했다. 그만큼 이 장면도 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현대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한줄평을 저렇게 쓰게 된 원인이자 분량도 적었을 뿐더러 임팩트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구나... 정도의 감상. 왜 시점의 분량이 균등하지 않은 건가 하는 의문만 들었는데 포스터를 찾으며 알게된 사실로는 상민 역의 조인성 씨의 연기가 너무나도 엉망이어서 다 덜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확실히 서울 사투리 때문에 몰입 뚝뚝 끊기긴 했다만서도... 분량을 덜어낸 탓에 대사를 치는 부분이 적어서 내가 연기의 어색함을 못 느끼는 건가. 어찌됐든 영화는 나쁘지 않았으나 딱 그 정도였다는 게 나의 총체적인 후기이다. 영화적 데이터베이스가 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