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2019)
2020. 09.06

 

 

 

★★★

 

 

 

스포 有

스포 없이 후기 쓰는 걸 못 함. 

이 영화를 볼 생각이라면 내 후기는 감상 후에 읽어주시길.

 


 

  사실 처음으로 이걸 틀었을 때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잠들어버려서 오늘 다시 보기 시작했다. 재미없어서 잠든 건 아니고, 그때 너무 피곤해서...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스릴러답게 관객을 긴장시키는 연출도 있었고... 근데 그런 요소를 너무 남발해서 중후반쯤에서부터는 살짝 지루했다. 일본 공포 영화에서 스산한 브금 + 흉측한 귀신 or 시체 갑툭튀를 밥먹듯 사용하는 느낌? 그래도 이것보다는 좀 세련된 방식이어서 멈추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티비 속 광고를 여러 개 보여줘서 이후의 스토리와 연관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정말로 그래서 내가 사회에 많이 익숙해졌구나 싶었다. 그 뒤에는 엄마... 이름이 뭐더라. 안 나왔던 것 같은데. 애들레이드라고 한다. 뭐지, 이름 되게 레몬에이드같다. 쨌든 애들레이드의 어린 시절이 나왔다. 그래서 이 어린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려서 좀 웃겼다. 그러다가 '자신을 찾으세요'라고 어그로를 제대로 끄는 거울의 방에 들어가는데 딱 봐도 분위기가 께름칙해서 여기서 안좋은 무언가가 나올 거라는 예상이 저절로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여러 마리의 토끼가 갇혀있는 우리를 점점 로우 앵글로 잡다가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됐다. 

 

  아, 맞아. 애들레이드(인 줄 알았지만 사실 레드)의 가족들을 보여줬는데, 게이브(남편)에 비해 애들레이드가 너무 어려보여서 처음에는 홀애비와 아이들인 줄 알았다. 근데 두 자식의 어머니더라고...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두 사람의 나이대가 비슷해보이도록 캐스팅 하는 게... 어렵나? 그, 눈이 달리면 가능한 거 아닌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서 좀 심드렁하게 봤다. 그리고 게이브가 너무 거슬렸다. 덩치도 산만해서 안 보려고 해도 한 앵글에 들어오면 쓸데없이 시야의 차지 비율이 상당한데 레드한테 자꾸 징징거리기까지 해서 이 인간은 뭔가 싶었다. 레드는 심각해죽겠는데 뜨밤 기대할게 ㅎ 하면서 섹텐 잡고 있고... 쌍둥이가 찾아와서 아무도 묻지 않은 지 얘기를 시작할 때도 자꾸 지방 방송하고... 개그도 이래저래 치는데 별로 안 웃겨서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웃음을 위해서 캐릭터를 그렇게 만든 건가?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각본을 쓴 이의 유머 센스가 그닥이니 다신 시도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성경의 구절을 복선으로 사용한 건 좋았다. 기독교 신자인 이모의 손에 이끌려 어렸을 적에 잠시 교회를 다닌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은 지나가는 멍멍이에게 주고 성격책 하나 없는 나는 예레미야 11장 11절이 뭔지 몰랐지만 나중에 찾아보고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11:11과 쌍둥이를 연결시킨 것도 좋았다. 원래 11:11하면 태연 노래만 떠올렸는데 이제 이 영화도 함께 생각하게 될 정도로 꽤나 신선했다. 아, 여성인 레드가 이 이야기의 주역이었다는 것도. 원래 남성 캐릭터에게 과할 정도로 많은 역할을 주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로 어그로 끄는 인간(매우 개인적인 감상)으로만 나오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애들레이드와 레드가 메인이어서 불쾌감 없이 보았다.

 

  반전은 놀랍긴 했는데 애들레이드(라고 생각했던 레드)가 또다른 쌍둥이들을 죽일 때마다 그들이 내던 짐승에 가까운 소리를 그대로 내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던 탓에 그렇게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설마했는데 진짜로 뒤바뀐 거였어? 하는 감정 정도? 되레 레드가 애들레이드와 바꿔치기를 하기 위해 그의 목을 세게 움켜쥔 탓에 목소리가 잔뜩 쉬어있었던 연출이 소름돋았다. 실어증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말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이런 디테일, 좋아. 아주 좋아. 

 

  내가 말한 것들 말고도 더 많은 은유가 있었는데 내가 직접 느꼈던 것이 아니어서 쓰지 않는다. 절대 귀찮아서 안 쓰는 거 아님.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은데 별점은 또 왜 저런 것인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아서 짜게 줬다. 영화 취미가 고상하진 않아서 오타쿠 영화에 5점 주는 편. 

yunicorn